베트남, 남중국해 분쟁 국제 소송 검토
베트남이 중국을 상대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하여 국제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응웬 떤 중(Nguyen Tan Dung) 베트남 총리는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이던 지난 5월 21일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과 같은 방식으로 중재재판을 제기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하여 즉답은 피했지만 국제법에 따른 다양한 법적 조치(legal actions)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하여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베트남 총리의 언급 이후 Albert del Rosario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중국을 상대로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중재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베트남이 고려하고 있음을 미국‘월스트리트저널’에 확인해 주었다.
베트남이 국제소송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데에는 지난 5월 7일과 9일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두 국가 간 충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두 국가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중국이 석유시추 시설을 지으려고 하자, 베트남이 해안경비대 초계정을 보내 맞대응 하면서 두 국가가 크게 충돌하였다. 이 사건 이후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시추 행위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반중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었다.
베트남이 중국과 파라셀 군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단도직입적 방식을 추구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필리핀과 같이 중국의 9단선이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유엔해양법협약 상 분쟁해결절차를 선택하는 우회 방식을 추구하게 될 것인지 그 소송 수행 방식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 시기에 이르다. 위의 필리핀 외교부 장관의 언급을 토대로 판단한다면, 단독 제소 대신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재판에‘소송참가(intervention)’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할 소지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확실한 것은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일 것이다.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중재재판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재판에 보이콧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 4일자 정례 기자 회견에서 필리핀과의 중재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예상해 보건데, 베트남이 국제 재판을 제기하더라도 중국은 동일하게 이를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남중국해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다각적인 영향력 및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소송을 통한 사법적 분쟁해결은‘평화적’분쟁해결 방식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는 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이 오히려 분쟁 당사자들의 입장을 더욱 공세적으로 만든다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 해양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공세적’국제소송 활용 전략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톱아봐야 할 시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제해양·독도연구센터(http://www.ilovedokdo.re.kr)
KMI 독도·해양영토 브리핑, 14-236호 (2014년 6월 9일)
미래전략연구본부 최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