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19년 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무죄 판결 기사를 보고 제 뺑소니 사망사건이 떠올라 무능하고 썩어빠진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분노로 이 글을 남깁니다. 혹시 이 곳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경찰분이 계시면 상부에 잘 보고하세요.
4년 전, 저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로 영화 같은 일에 휘말리며 암흑의 터널에 빠졌습니다.
저는 전과는 물론 음주운전, 교통사고 한 번 없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사고 전날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지 못한 과음을 하게 되고 블랙아웃(필름 끊김)이 된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입니다. 이날의 과오는 제가 죽을 때까지 반성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의 엉터리 수사로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불분명해졌지만 어찌됐든 고인이 되신 분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울러 4년 전에 이곳 게시판에서 도움주신 분들께도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2013년 6월 15일 새벽,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국도에서 만취상태로 운전하다가 도로위에 ‘낮은 자세로 있던’(경찰은 ‘보행자’라 지칭함. 검찰의 공소장 역시 ‘보행자’였으나 재판과정에서 ‘낮은 자세로 있던 피해자’로 공소변경) 피해자를 자동차로 역과하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벗어난 것입니다.
저는 필름이 끊긴 상태여서 사고 당시를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가 다음날(16일) 집에서 긴급체포된 것이고요. 음주측정 역시 시간이 많이 경과한 뒤라 혈중알콜 농도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고당시 만취상태였음을 처음부터 인정했으나 경찰은 제 사고 전날 행적을 모두 동행조사하고도 술은 마셨으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사람을 역과한 사실을 알고도 도망쳤다고 몰아부쳤습니다.
처음에는 갑작스런 날벼락에 공황장애가 나타날 정도로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만 제 주위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술에 만취해 사고당일 기억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사고현장의 무수히 많은 의문점들을 덮어버리고 사고의 모든 책임을 저에게 뒤집어 씌운 것입니다.
- 제가 운전한 차량은 모든 정황상 서 있는 사람을 충격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경찰은 보행자를 충격 후 역과 했다고 서류를 꾸몄습니다.
- 사고현장에서 피해자 휴대폰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휴대폰은 엉뚱하게도 피해자가 출발한 홍성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휴대폰 혼자서 피해자가 술 마시고 놀았던 곳으로 되돌아 갔을까요?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경찰이 쉬쉬하며 검찰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혈중알콜농도 0.195 만취상태 피해자가 홍성에서 사고현장까지 어떻게 누구와 왔는지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 피해자가 타고 온 차량의 차량열쇠가 사고현장에서 없어졌는데도 경찰은 전혀 조사하지도 보고하지도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타고온 차량이 사고현장에 상향등을 켠채 40분 이상 정차하고 있었으니 상향등이 꺼지고 자동차 키가 없어진 시점이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 피해자 차량의 운전석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조수석 문 또한 살짝 열려 있었으나 경찰은 차량에 대한 지문감식, 모발감식 등의 조사가 없었습니다.
- 경찰은 이 사고현장을 40여분 전에 통과한 119구급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발생 40여분 전부터 피해자 차량이 2차선 국도에 상향등을 켜고 정차해 있었으며, 그 맞은편에는 수상한 오토바이와 사람이 있었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오토바이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 피해자 차량이 주차된 시점에서 사고발생 시간까지 약 40여 분간 사고지점을 통과한 차량은 모두 5대(대형차량 포함)로 피해자가 누워있던 상태(쓰러진 상태)라고 밝혀진 만큼 모든 차량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155미터 정도) 곳에 범죄예방 CCTV가 있었으나 경찰은 이를 살펴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의 계속된 열람요청(구두요청, 정보공개청구)에도 “CCTV 영상은 없다.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며 위압적인 행태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재판과정에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고, 담당경찰이 CCTV를 열람하고도 법정 위증을 하며 은폐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CCTV영상을 없앴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 사고 신고자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최초 사고 신고자는 119 신고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신의 차량을 다른 곳에 갖다 놓은 채, 친구차를 타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음에도 경찰은 신고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음)
결국, 이 사건을 담당했던 청양경찰서 OOO 경사는 제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해 판사와 검사 앞에서 뻔뻔한 위증과 변명을 늘어놓더니 1주일 후 해임됐습니다. 해임된 이유는 다른 뺑소니 사건에서 현금 120만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2014년 7월 24일 TJB 8시 뉴스 - 채효진 기자의 '피의자 뒷돈 받은 경찰관 '부끄러운 해임''이라는 제목의 사건이 이것입니다.
18년간 경찰생활을 한 사람을 단 돈 120만원으로 해임시키나요?
도마뱀 꼬리 자르고 도망가면 모든 게 해결 될까요?
이 사건 후 청양경찰서 교통조사계를 방문해 보니 가장 나이 어린 직원 1명 빼고 모두 새로운 얼굴들로 물갈이 됐더군요.
경찰도 검찰도 손 놓고 있는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15년 7월 7일, 경찰에서 짤린 OOO를 법정 위증죄로 고소했습니다.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범죄예방cctv 내용을 그가 열람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2016년 2월 19일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은 OOO에게 벌금 5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끝을 내더군요.
저는 구속된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았고 엉터리 변호사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징역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들이 있는데도 제 사선 변호사는 계속 피해자 유가족과의 형사합의만을 종용하더군요. 변호사 매수를 의심했지만 구속된 상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가족들의 도움으로 항소심에서 두 차례 변호사를 더 바꾸게 됐습니다. ‘변호사’도 급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저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인데 빚을 내어 가며 거대권력(경찰,검찰)과 싸우다보니 ‘달걀로 바위치기’란 말이 실감나더군요. 변호사를 바꿀 때마다 피해자 유가족들과 경찰들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로펌 변호사님들과 제 가족들의 노력으로 피해자 사망의 책임에서는 벗어났습니다.(부분 무죄) 그러나 제 음주운전과 1년간의 구속기간이 문제가 됐는지 항소심 판결은 징역1년(집행유예 2년)이 결정됐습니다. 변호사 말로는 초범이 특가법이 아닌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으로 징역1년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억울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받는 것이라면 모두 인정하고 반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에 맹세코 저는 사고당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미필적 고의’란 말은 참 편리하고도 무섭더군요.
더 억울한 것은 아무도 이 사고의 전말에 대해 더 이상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찰, 검찰, 법원은 자신들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니 당연하다고 칩시다.
피해자 유가족들 또한 보험회사에서 받은 보험금을 회수 당한 후 국가로부터 피해자 유가족 보상금을 받더니 입을 닫아 버렸습니다. 제 뺑소니 혐의가 무죄가 됐을 때 가장 먼저 반발해야 할 사람들인데 어째서 조용할까요?
너무 억울해서 여기저기 언론에도 제보를 했습니다.
모 방송사 PD가 찾아와 며칠씩 촬영하고 여러명 인터뷰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어떠한 압력에도 끝까지 밀고나간다던 PD는 촬영 막바지에 ‘일시 중단’이란 말만 남긴 채 떠나가더니 그 후로 연락이 없습니다. 사건 초기에도 방송사에서 촬영 나왔다가 검찰쪽의 부탁으로 촬영을 중단했다는 얘기도 들은 저로서는 먼 산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 1억 원이 넘는 돈이 경찰과 검찰의 엉터리 수사로 없어졌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긴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오며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모든 경찰이 그렇진 않겠지만 경찰이나 검찰이나 그저 월급쟁이 일 뿐입니다.
큰 사건 하나 물어 승진하고픈 마음뿐입니다. 귀찮은 일은 처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덥기 위해서는 위증도, 사건조작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정의롭고 열정적인 변호사’는 없습니다.
무엇이든지 돈으로 연결되고, 피고인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돈만 많이 준다면 언제든지 변심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원심을 뒤집는다는 것은 정말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검찰 조사나 재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건초기 경찰조사와 보고서가 판결문의 90%를 좌지우지합니다. 경찰이 사건방향을 설정하면 그것을 뒤집기는 불가능합니다.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말이죠.
영화 ‘내부자’들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을 살펴보세요.
경찰, 검찰, 재판부, 언론...
대한민국의 정의는 썩었습니다.
제 글을 믿지 않는 분이 있을까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끝난 제 항소심판결문 사본을 첨부합니다.
http://cafe.naver.com/uccch10/13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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